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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신문] (역사 속의 법과 인간-10)6·25전쟁과 한국법률가
이름: 관리자
2015-06-18 14:01:06  |  조회: 3847

전쟁은 지상 최대의 죄악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에는 전쟁이 그칠 날이 없다. 한국은 지상 최대의 전쟁피해국 중 하나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은 3년 1개월이나 계속되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가까스로 휴전되었다. 한국전쟁은 미소냉전 체제의 가장 큰 격돌이었고, 지금도 그 앙금이 남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무엇보다 인적, 물적, 정신적 피해이다. 1953년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연감에 따르면 사망 24만4663명, 학살 12만8936명, 부상 22만9625명, 납치 8만4532명, 행방불명 30만3212명의 희생에 이르렀다. 전시납북자는 1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집(http://www.kwari.org)’에 따르면 국회의원 63명, 행정공무원 2919명, 경찰 1613명, 교수 111명, 의사 368명, 대학생 1955명 등이 포함된다.

 

이들 납북자 가운데 법조인에 대하여는 그동안 별로 주목되지 못하고 몇분이나 희생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지내왔다.

 

2010년 6월 22일 대한변협에서 개최한 ‘6·25전쟁 제60주년 토론회(전쟁기념관)’에서 김태훈 변호사의 발표문 ‘전시 납북자 및 법조인 납북자의 실상’에 따르면, 납북된 법률가는 187명으로 파악된다. 그 중 검사는 25인, 판사는 61인, 변호사는 101인이다(명단은 발표문집, 193~200쪽). 진승록 당시 서울법대 학장, 남흥우 변호사(후일 고려대 학장), 유태흥 변호사(전 대법원장)처럼 납북되었다 탈출하여 돌아온 자들도 있었다.

 

계광순(1909~1990년) 변호사는 납북경험을 글로 발표하였고(계광순, 돌아오지않는 피랍인사들, 신동아 1970년 6월호, 227~232쪽), 최근 진승록의 기록도 새로 발표되었다(진승록, 6·25의 수난, 서울대학교대학원동창회보 21호, 2015, 83~89쪽)

 

납북된 법률가들 중에는 김용무(55세) 전 대법원장, 김준평(50세) 변호사, 김태영 전 부장판사, 백인제 박사의 동생 백붕제(41세) 변호사, 서광설(61세) 변호사와 아들 서재원(31세) 변호사, 소완규(49세) 변호사, 오평기(38세) 변호사, 옥선진(54세) 변호사, 이명섭(63세) 변호사, 이상기(53세) 전 대법관, 이종성 서울변호사회장, 이충영(43세) 변호사, 정윤환(35세) 고법 부장판사, 진국환(36세) 변호사, 최병주 대법관, 최진(76세) 변호사, 한상범(59세) 대법관, 형덕기(46세) 변호사, 한국 최초의 변호사 홍재기(78세) 등이 포함되었다.

 

이런 아까운 인물들이 납북, 희생된 데에는 물론 전쟁 전후의 좌우대립과 공산당의 악랄한 음모가 있었다. 그 실상을 법전 출신 역사가 김성칠의 6·25일기 ‘역사 앞에서’와 선우종원 변호사의 ‘사상검사’ 같은 증언록이 잘 보여준다.

 

1950년 10월 평양형무소의 내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한다.

 

“자유여 그대는 불사조 / 우리는 조국의 강산을 뒤에 두고 / 홍염만장(紅焰萬丈) 철의 장막 속 / 죽음의 지옥으로 끌려가노라 / 조국이여 UN이여 / 지옥으로 가는 우리를 / 구출하여 준다는 것은 / 우리의 신념이다”

 

전쟁은 입법에도 영향을 주었다. 법전편찬위원회의 기록도 분실되어 입법이유서를 찾을 수 없다. 법학연구에 큰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형법 중 착한 사마리아인법 조항도 부산에서 전쟁 중이란 이유로 입법안 심의 도중 폐기된 후 지금까지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은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주었다. 유병진이나 김홍섭의 판사로서의 고민기록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이들 전쟁 피해자의 희생 위에 살아있다. 솔직히 세월이 지나고 우리가 잘 살고 있는 만큼 이들의 희생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전시납북자법이 있지만 시행령과 조례를 조속히 만들어 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법부와 변호사회관에 이들 법조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비 하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역사의 아픈 기억은 승화시켜야 한다. 법과 법조의 관점에서 잊혀져가는 전쟁에 대한 총체적 조사연구를 하는 단체와 학자가 있어야 한다. 사법정책연구원 같은 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 정리해나갔으면 한다. 역사의식이 없는 법률가는 항상 ‘예언자의 무덤을 파는 족속(예수)’으로 죽고 만다.

 

최종고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  choic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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