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아버지의 명예가 회복돼 정말 기쁩니다."

전시 납북피해자로 공식 인정된 허영호 전 동국대 학장의 딸 영선(71.여)씨의 목소리는 감격에 떨고 있었다.

영선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꼭 60년만에 (아버지께서) 납북피해자로 공식 인정돼 정말 기쁘다."라며 "그동안 정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힘든 싸움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부는 2일 6ㆍ25전쟁 납북피해자로 55명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영선씨의 아버지 허영호씨도 포함됐다.

허씨는 1946년 9월~1948년 11월까지 서울 동국대학 학장을 지냈고 1949년 1월~1950년 5월 제헌 국회의원(부산부 갑)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수도 서울을 사수할 것이라는 말을 믿고 피신하지 않은 채 서울에 남아 있다가 1950년 7월13일 북한군에 의해 납치돼 북으로 끌려갔다.

영선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남한에 있던 제헌 국회의원 모두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심지어 돌아가신 분께도 수여했지만 납북된 제헌 국회의원들에게는 훈장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섭섭함이 묻어 나왔다. 그녀는 정확한 연대를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그녀는 이어 "이 분들이 (북에)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끌려가신 것이다."라며 "지금이라도 부친의 명예가 온전하게 회복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훈장을 염두에 둔 듯했다.

아버지 납북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는 "(1965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당시 어머니가 사방팔방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셨지만 끝내 행방을 알지 못했다."라며 "1960년이 돼서야 동아일보에 연재된 기사를 통해서 아버지 소식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죽음의 세월 납북인사 북한생활기'라는 제목으로 허씨를 포함해 북에서 엄청난 강제노역에 시달린 납북자들의 삶을 조명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지인들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제사를 지냈다. 그녀는 정부에 유해 송환을 신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영선씨는 "이번에 왜 55명만 인정됐는지 모르겠다."라며 "다른 납북된 분들도 하루빨리 인정돼 가족들의 한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h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