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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정상찬씨 아들 석우씨(65)가 62년 전 인민군에 끌려가 생이별했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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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충북 괴산군 정안면에 살던 A씨(당시 17세)는 제비뽑기를 잘못해 강제로 북에 끌려갔다. A씨는 6.25가 난 후 1951년 여름 같은 마을에 사는 청년들과 제비뽑기를 했다. 마을 청년들이 의용군으로 가지 않으려 하자 청년들끼리 제비뽑기를 한 것. A씨는 뽑기에 당첨돼 강제로 의용군으로 끌려가 가족과 생이별해야만 했다.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2.충북 청원군 오창면 농소리에서 처가살이 하던 전상찬씨(당시 29세)는 1950년 9월 마을의 좌익분자(지방좌익)들로부터 강제 차출돼 끌려갔다.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전씨는 처가농사를 지으며 평범하게 살고 있었으나 가까운 친척의 고자질로 젖먹이 아이를 뒤로한 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청년 7명이 강제로 끌려갔으나 중간에 도망치다 붙잡혀 처형당하거나 북에서 훈련을 받고 남하한 사람도 있지만 전씨의 생사를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전씨가 동네친구들과 함께 끌려간 것만 목격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지난 2일 6.25 전쟁 중 발생한 납북자 55명을 공식 인정하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납북당시 상황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그렇지만 납북가족들은 아직도 얼굴 드러내 놓기를 꺼리고 있다. 빨갱이 가족이란 오명 때문이다.

충북에서도 6명이 이번 납북자 인정명단에 올렸다. 충북에서는 의용군을 목적으로 강제 연행된 사람만도 7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이 청원지역이다.

농사꾼이었던 전씨 역시 의용군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부인과 세 살박이 어린아이를 두고 인민군의 총칼 앞에 힘없이 끌려간 것. 끌려가던 중 인민군의 눈을 피해 도망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일부는 붙잡혀 총살당하는가 하면 도망에 성공한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못냈다.

전씨의 아들 전석우씨(65)는 “내가 세 살 때 아버지가 인민군에 끌려갔다는 사실을 외할머니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남아있는 사진도 없어 얼굴도 모르지만 유골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아들 석우씨는 “외할머니가 강제로 끌려간 아버지를 뒤따라 점심도시락을 건네며 ‘어떻게든 도망쳐라’는 말을 남겼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후 (아버지가)어떻게 됐다는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4년 전 음성군 맹동면사무소에 걸려 있는 현수막(납북자 신고)을 보고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보기로 맘먹었다.

“아버지는 동네 친구 7명과 함께 강제로 끌려갔으나 이들 중 2-3명이 생존하면서 아버지의 납북사실을 증언해 줘 이번 납북자 인정 명단에 오를 수 있었다.”

석우씨는 “아버지와 함께 끌려갔다 북한 해주에서 훈련까지 받은 친구 분이 진술해 줘 끌려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북한으로 가던 중 도망하다 총살당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북한까지 끌려가 그곳에서 어떻게 된 것인지 여부는 알 길이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석우씨는 “당시 아버지가 끌려가지만 않았어도 넉넉한 집안이어서 제대로 교육도 받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을 텐데 고생만 한 것이 한이 된다”고 했다. 3남매를 둔 석우씨는 그때 배운 운전기술로 자식을 키우고 지금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다.

석우씨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도 좋지만 남북자도 6.25전사자나 일제 때 강제징집 피해자와 똑같은 대우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청주=곽상훈 기자 kshoon@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