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들이 대검을 들이대고 아버지를 끌고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어떻게 잊습니까."

정부로부터 민간인 납북피해자로 인정을 받은 김명혁(당시 34세)씨의 아들 김원형(72·인천시 강화군)씨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납북됐던 날을 1950년 9월로 기억했다. 그는 당시 양사면 부면장까지 지냈던 아버지가 불순분자란 낙인이 찍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갔던 장면을 되짚었다.

김씨는 "형과 누이 등 온 가족이 다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끌려갔다"라며 "그 후 아버지가 개성으로 이송됐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지금껏 생사 여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납북된 뒤 김씨 가족은 평생 한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연좌제에 걸려 제대로 된 직장 한번 얻지 못했고, 공부도 마음대로 못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지금 와서 고생했던 것을 말하기도 싫다"라며 "내 아버지 이야기를 자식들한테조차 마음놓고 하지 못했던 한을 이제야 조금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오헌식(당시 53세)씨의 아들(76·인천시 부평구)은 "정부가 민주화 운동이나 4·19 희생자 등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지 지금껏 억울하게 '빨갱이' 누명을 쓴 납북자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라며 "지금이라도 누명이 풀려 저승 가서 아버지를 볼 수 있는 낯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는 "이제 명예회복이 됐으니 아버지의 유골을 찾아 고향땅에 묻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라며 울먹였다. 오씨의 아버지는 서울에서 경찰 공무원을 하다 1950년 갑자기 들이닥친 인민군들에게 끌려가 소식이 끊겼다.

한편 6·25 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오는 2013년까지 납북자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규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