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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6·25 직후 美 CIA 작성, 가장 오래된 납북자 명단 찾았다
이름: 관리자
2013-03-08 10:44:27  |  조회: 3852
[조선일보] 2013. 3. 7 (목) - 종합A2면
이하원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서울 인근에서 납북된 한국인 명단을 만들어 보관해 온 것으로 6일 밝혀졌다.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1950년 9·28 서울 수복 직후인 10월 15일 CIA가 입수해서 작성한 납북자 명부를 미국의 국가기록보존소(NARA)에서 발굴, 6일 공개했다.

'서울에서 북한인에게 체포된 사람들(Persons Arrested in Seoul by the North Koreans)'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명부에는 납북자 653명이 영어 이름 순으로 명기돼 있다.

이 명부는 표지에 "북한의 서울 점령 시기에 서울 인근에 거주하다가 북한 당국에 체포된 후, 1950년 10월 15일 현재 생사가 불분명한 사람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명부가 배포된 시기는 1951년 1월 19일로 돼 있다.

A4 용지 26쪽의 이 명부에는 6·25 당시 납북된 김상덕 국회의원, 이주신 검사, 김유연 목사, 안찬수 연합신문 부국장(전 조선일보 편집부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화부장, 경신중학교 교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7월 20일 납북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거주하던 이주신씨는 서울지검 부장검사로 활동하다가 1950년 8월 납북됐다. 안찬수 부국장의 아들인 안병훈 기파랑(출판사)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 주소가 '종로구 팔판동 81-2'였는데 CIA 납북자 명부에 영어로 정확히 기록돼 있어 놀랐다"며 "미국이 북한에 전쟁 발발과 납북 책임을 물으려고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명부가 알려지기 전에는 공보처 통계국에서 1950년 12월 1일 작성한 '서울특별시 피해자 명부'가 가장 오래된 납북자 명단이었다. 이번 명부는 6·25전쟁의 피해국이 아닌 제3국이 이보다 한 달 반가량 앞선 10월 15일 납북자 명단을 입수해 작성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에 전시(戰時)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명부는 CIA가 북한 당국이 납북자를 신문(訊問)한 후 작성한 명단을 입수해서 재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명부에는 CH'OE Hi-Sang(崔히상), CH'OE Pyoung-hi(崔炳히) 등의 표기가 눈에 띈다. 또 '7월 6일 서울 신사동에서 경찰관 YI Chong-paek(리종백)이 납북'됐다는 기술도 있다.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미일 이사장은 "CIA 명부에서는 사람 이름을 북한식으로 '희' 대신 '히'라고 표기하고 '이'씨 성을 '리'로 표기한 것이 보인다"며 "이는 북한 당국에서 만든 것을 미 CIA가 입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특별시 피해자 명부'가 납북자들의 주소를 통·반으로 쓴 것과는 달리 CIA 명부는 번지수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서 만든 명부를 참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미국이 북한이 만든 납북자 명단을 9·28 서울 수복 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입수한 뒤 영역(英譯)해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일 이사장은 "이번 명부는 전쟁 피해국이 아니라 제3국인 미국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명부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제사회가 지금이라도 전시 납북자 문제를 북한에 강력히 제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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