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청화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가 오는 4월 예정돼 있는 남북정상회담에서 6.25 전쟁 납북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협의회는 28일 20명 남짓의 시민이 모인 청와대 앞 분수광장 앞에서 ‘6.25전쟁 납북피해 문제 공식 의제 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미일 이사장을 비롯해 납북인사 김재봉 씨 아내 김항태 씨와 납북인사 이길용 씨 아들 이태영 씨, 납북인사 최홍식 씨 손녀 최유경 씨 등이 참석했다.

이미일 가족협의회 이사장은 “납북피해가족 3세대가 오는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故김대중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남북회담을 개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故노무현 전 대통령은 휴전선을 걸어 올라가는 퍼포먼스로 마치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된 것처럼 선전했다”고 입을 뗐다.

이 이사장은 “정부는 오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또 다시 한반도 평화와 종전선언을 운운하고 있다. 우리는 70년이 다 되도록 납북된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최고 통수권자 귀에는 들리지 않는가보다”라며 “1세대 납북자의 자녀들은 백발노인이 됐고 3세대 납북자 손자들은 어느덧 장년이 됐다.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종전을 말하려면 휴전협정에서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는 전쟁납북피해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납북 가족 3세대의 호소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울려 퍼졌다.

납북자 1세대 김재봉 씨의 아내 김항태 씨는 “당시 남편은 정부의 강요로 대한청년단에 들어갔다 납북됐다”며 “정부가 전쟁을 막지 못하고 피해를 줬으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긴긴 세월을 홀로 버텨왔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김항태 씨는 “6.25때 낳은 딸이 현재 67살이 됐다”며 “아버지를 찾아주는 게 내 책임인 것 같아 가족회 도움을 받고 여기까지 왔다. 대통령에게 내 억울한 마음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부에 호소 중인 납북자 1세대 김재봉의 아내 김항태 씨

납북인사 이길용 씨의 아들 이태영 씨는 “이웃나라 일본은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다. 유엔도 나서서 그들의 비인도적 죄악을 규탄한 바 있다”면서 “세계가 모두 지켜보는 지금이야말로 문제해결의 마지막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망각의 강물에 흘려버릴 수 없는 이 슬픈 사연을 풀지 못한다면 우리 가족들은 결코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고 호소했다.

최홍식 씨의 3세대 손녀 최유경 씨는 “할아버지는 내무부 치안국 소속 경위였다. 1950년 6월 말 자택에서 내무성과 좌익에 의해 납치됐다”면서 “실제 대한민국 정부가 변화를 원한다면 전 정권이 되풀이했던 똑같은 잘못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문제를 당당히 거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가족협의회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한국 민간인 2000명을 학살했다는 증거가 담긴 ‘한국전쟁 범죄 사례 141번에 대한 법적 분석(KWC 141)’을 공개했다.

‘한국전쟁 범죄 사례(KWC)’는 한국전 당시 한반도에 주둔했던 미 후방기지사령부(Korean Communications Zone)가 작성한 것이다.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은 과거사진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이영조 경희대 교수로부터 KWC문서 사본 장기 보관을 의뢰받았다. 협의회 측은 이 문서를 분석하던 중 북한군의 학살 정황을 발견했다.

문건에는 북한군이 1950년 10월 8~10일 총 3일간 대동강 인근 기암리 북서쪽 일대에서 개성과 서울 지역 공무원 1800~2000명을 학살한 후 미리 파놓은 대형 집단 무덤에 묻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가족협의회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부터 각종 남북회담에서 전쟁납북자 문제를 공식 의제화해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호소해왔지만 단 한 번도 공식 언급조차 된 적이 없다”며 “북한은 휴전회담에서 갖가지 위장술로 전쟁납북 범죄사실을 은폐했고 유엔군 대표를 겁박해 협정을 종용함으로써 오늘 날까지 미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북한은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 납북 범죄를 정직하게 시인하고 전쟁납북자의 생사확인을 하라”면서도 “우리 정부 역시 전쟁납북 피해문제의 근원적 해결 없는 평화는 위장평화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피해가족들과 온 국민은 이번 회담의제와 진행상황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권가림 기자  kwon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