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납북자 가족들이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금지 가처분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사)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 회원 및 납북자 가족들은 오는 24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납북자 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사)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및 시민들이 제기했던 지난 가처분 신청에 대해 김일성 회고록 판매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결정한 판사들을 규탄할 예정이다. 6·25전쟁 납북자의 직계 자녀 및 그 후손 21명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새롭게 했다.

이들은 "김일성이 6·25전쟁 범죄자요, 납치범죄자인 것은 2014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공식 인정하는 바"라며 "직계존속에 대해 납치범죄, 전쟁범죄를 저지른 1급 전범 책임자를 불세출의 민족 영웅으로 거짓 우상화하고, 납치범죄와 맞서 싸운 이승만 대통령은 사기꾼으로 날조한 책을 무제한 유통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10만 명에 달하는 납치범죄의 피해자와 직계 자녀 및 후손들의 명예와 인격권을 개인적이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짓밟는 행위로 사법상의 권리 침해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납치범죄가 현재도 진행 중인 계속범인 것처럼, 한 인물에 대한 찬양은 납치범죄 이전 시기의 행적을 다룬다고 해서 따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구나 저들은 71년째 납치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17년 '전두환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인들은 '가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책을 쓴 것은 비열한 행태'라며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회고록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광주지방법원의 인용 결정(2017카합50236)을 받은 바 있다"며 "재판부는 '회고록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목적에서 벗어나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해 5·18을 왜곡했다'고 보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이번 김일성 회고록의 일반 유통"이라며 "이번 결정이 확정되면 어떠한 김일성 찬양물도 막을 근거가 없어지고, 김일성 찬양 우상화 활동이 모두 합법화되며, 전국 광장에 김일성 동상을 세우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가안보와 영토의 온전성에 결정적인 침해를 입게 되며, 그 손해는 돌이킬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부, 국정원, 경찰청 등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국가기관 모두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며 "대한민국 자유 체제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라고 했다. 

끝으로 "이 사건을 다시 맡은 박병태, 인진섭, 권경선 판사는 지난번 부정했던 '개인적 권리 결여'가 납북자 직계 가족들에게 전혀 해당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조속히 가처분을 인용하여 더 이상의 헌법 파괴를 방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