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 이인영 탄생90돌 기념 학술대회/`학산 서지학 연구` 재조명  
세계일보  2001-05-16  19면  (문화)  40판  기획.연재  972자 
해방 이후 손진태와 더불어 이른바 신민족주의사관을 부르짖다가 한국전쟁 때 납북된 역사학자 학산(學山) 이인영(李仁榮.1911?)이 올해로 태어난 지 9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손보기 단국대 박물관장과 김성준 수원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그의 직계 제자들, 그리고 이들의 제자들이 11일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손보기 교수가 `학산의 민족 창조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고, 김준석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학산의 서지학 연구`를 짚었다. 또 김성준 교수는 학산의 약력을 회고했다. 
평양 출생인 이인영은 휘문고보를 거쳐 1937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한 다음 이병도가 주도한 진단학회에 참여하는 한편 1940년 이래 44년까지 연희전문학교 강사를 지내기도 했다. 해방 뒤에는 교육부 고등교육국장을 지냈고 1949년 이래 서울대 문리과대학과 연희대 교수를 겸임하다가 납북됐다. 
비슷한 연배의 다른 사학자들처럼 그 또한 일제 식민강점 시절에는 실증사학에서 출발했으나 해방 뒤에는 신민족주의 사학을 부르짖었으며 이런 그의 사관은 `국사요론`이라는 단행본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측면은 서울대 사학과 1기생들인 손보기 김성준 교수, 이기백 전 서강대 교수, 한우근 전 서울대 교수 등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 자신과 손진태, 사회주의 계열인 박시형, 김석형 등이 납북되거나 월북하고 난 다음 이병도와 이선근, 신석호, 이상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실증사학 계열이 남한 사학계에서 득세하는 바람에 학산 학풍은 인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80년대 중반 제자인 김성준 교수의 노력으로 `학산전집`이 출간됐고 여기에 때맞춰 신민족주의 연구 열풍이 불면서 활발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졌다. 
학산은 대단한 고서 수집열을 자랑했는데 그가 모은 장서는 현재 북한 평양의 인민대학습당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