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일 납북인사가족協 이사장
“피해자 배상 5·18수준으로 해야”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반드시 납북자 문제가 의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남북화해는 ‘가짜 평화’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일(69·사진)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29일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남북 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해 왔지만 단 한 번도 공식 언급조차 된 적이 없었다”며 “4월로 예정된 정상회담 때는 6·25전쟁 당시 민간인 납북자 문제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문재인 대통령께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북한군이 6·25전쟁 당시 약 2000명의 남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의 미군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80여 쪽 분량의 이 문서에는 1950년 10월 8일에서 10일까지 개성과 서울 지역 공무원 약 2000명이 대동강 인근 기암리 북서쪽 일대에서 학살된 상황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대동강을 건넌 뒤 북한군이 3개의 대형 구덩이를 파놓고 이들을 총살했다는 내용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문서를 확보해 공개 시기를 저울질하던 중 남북정상회담과 종전 선언이 거론되는 것을 보고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휴전협정이 종전협정으로 바뀐다면 휴전회담 당시 빠졌던 민간인 납치 문제가 반드시 거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6·25 납북자에 대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6·25 납북 피해자 배상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5·18 수준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끌려가서 소식을 모르는 납북자가 10만 명에 가까운데, 납북자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한 푼 배상도 받지 못하고 68년을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장도 생후 18개월 때 아버지와 생이별한 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이 이사장은 “아버지는 평안북도 박천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早稻田)대를 중퇴하고 청량리에서 그릇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다”며 “인민군이 서울에 들어와 ‘서북청년단에 금일봉을 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끌고 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