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는 6·25전쟁 납북자 157명의 사진이 인쇄된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70~80대의 납북자 가족 300여명이 줄을 서서 사진들 앞에 카네이션을 놓고 사진을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6·25 납북 희생자 기억의 날'행사를 열고 납북자 유해 송환에 대비해 가족들로부터 유전자를 채취했다. 이날은 우선 납북자 나이가 99~117세인 가족 30여명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확보했다.

홍순욱(납북 당시 54세) 제헌 국회의원의 딸 홍정희(77) 할머니는 사진 속 아버지가 카네이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굽은 허리를 펴 아버지 코 밑에 꽃을 갖다 대고, 아버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홍 할머니는 유전자 채취가 진행 중인 연단 옆 의자에 앉아 입을 크게 벌렸다. 유전자 연구소 직원이 면봉으로 할머니 입안에서 타액을 묻히고, 핀셋으로 서리가 내려앉은 머리카락 예닐곱 가닥을 뽑았다. 그리고 바늘로 왼손 중지를 찔러 혈액을 찍어냈다.

유전자 채취를 마친 할머니는 "아버님이 살아계시면 벌써 114세시니까 살아서 만나리라는 기대는 오래전에 접었다"면서도 "유해라도 찾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다"며 울먹였다.

김유연(납북 당시 43세) 전 서울신학대 교수의 아들인 김성호(80) 목사는 "아버님이 북녘 땅 어디에 묻히셨는지 모르지만 유골이라도 내 품에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다./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