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는 아직도 수백 명의 국군포로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남쪽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13일을 앞두고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2006년 중국을 통해 탈출한 국군포로 출신 이선우(80) 옹.

이 옹은 북쪽에서 국군포로라는 `멍에'를 쓰고 평생 탄광 노동자로 전전하다 고희를 훌쩍 넘겨 자유의 몸이 됐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다.

북쪽에서 여전히 고생하고 있을 국군포로들과 북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6.25전쟁 60주년을 맞고 있지만,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 전쟁이 남긴 민족 비극의 상흔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국군포로는 1994년 `귀환 국군포로 1호'인 고(故)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그동안 79명이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입국했다. `국군포로 유골 1호'인 고(故) 백종규씨를 비롯해 유골로 돌아온 국군포로도 5구나 된다.

그러나 대부분 탈북을 통해 귀환했고, 남북 당국 간 협상을 통해 돌아온 국군포로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정부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채 북쪽에 생존한 국군포로가 51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포로가 됐지만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 가까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휴전 협정 당시 유엔군은 국군 실종자 수를 8만2천여명으로 추산했지만, 공산군 측으로부터 최종 인도된 국군포로는 8천343명에 불과했다.

국군포로들은 대부분 환갑 때까지 탄광이나 광산, 철도 노동자로 일하면서 사회생활이나 자녀 학업 등에서 감시와 차별, 멸시를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국군포로는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제1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귀환에 대한 `반짝' 희망을 품었지만, 희망은 곧 낙담으로 바뀌었다.

생존 국군포로들은 대부분 80을 넘긴 고령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들의 생사확인과 송환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3년 탈북해 이듬해 국군포로인 부친의 유골을 국내로 모셔온 이연순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군포로 문제를 영원한 숙제로 놔둘 수는 없다"며 "대부분 80세를 넘겨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국군포로 문제와 함께 6.25전쟁 중 납북자와 전후 납북자 등 납북자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1952년 정부가 작성한 납북자 명부에는 8만2천959명이 납북된 것으로 돼 있다.

"자유여 그대는 불사조, 우리는 조국의 강산을 뒤에 두고 홍염만장(紅焰萬丈) 철의 장막 속 죽음의 지옥으로 끌려가노라. 조국이여, UN이여, 지옥으로 가는 우리를 구출하여 준다는 것은 우리의 신념이라"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평양형무소 벽면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 이 메모는 당시 납북자의 절절한 심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23일 "`납북자는 없다'는 북측의 주장으로 6.25전쟁 중 납북자 문제는 아직도 완전 미결 상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후에 어선 피랍 등으로 납북돼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도 514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측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북측은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정전협정에 따른 포로 교환으로 종료된 문제', 납북자에 대해서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하며 협의 자체를 거부해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이산가족의 범주에 포함해 남측 가족과의 상봉을 추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13명의 국군포로와 16명의 전후 납북자가 남측 가족들과 상봉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남북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의 해법으로 과거 서독의 동독 내 정치범 송환 때 적용된 '프라이카우프(freikauf)' 방식을 참고, 쌀.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을 상응하는 대가로 제공할 수 있음을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경색 수준에서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전면 중단되면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연순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송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생사확인이며, 생사확인 이후 상봉이나 송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화해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