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출범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 회복위원회(이하 전쟁납북자위)’ 조사관 7명 중 4명이 이념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출신이며, 이들은 진실화해위 활동을 주도했던 진실화해위 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직협) 소속이었다고 월간조선 3월호가 보도했다.

전쟁납북자위는 6·25전쟁 중 북한이 저지른 납북(拉北)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진상규명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 위원장인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통일부·국방부·행정안정부 장관, 경찰청장 등 정부위원, 전시 납북자 가족 3명, 민간위원 6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법정 조사활동 기간인 4년 안에 진상규명을 완료하고 진상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 및 재외공관 등에서 납북피해 신고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납북은 북한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정치인, 공무원 등 대한민국 엘리트를 강제로 끌고 간 ‘조직적 전쟁 범죄’인데, 북한은 단 한 번도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계획적 납북 인정은 6·25 전쟁이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는 노무현 정부 당시 출범해 4년여간 활동하면서 좌·우파 간 이념대립과 피해자 유족 및 국가기관의 갈등으로 많은 정치적·역사적 논란을 일으켰던 위원회다. 당시 일부 위원과 조사관들의 ‘노무현 코드’와 일부 조사관들의 편법·탈법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다수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에 조작의혹이 있다며 직권으로 조사를 결정했고, 실체가 분명한 간첩사건까지 ‘조작’으로 왜곡 보도하게 했다. 6·25전쟁 당시 발생한 ‘고창11사단 사건’의 경우 최종 결정이 사실과 완전히 달라 전면 재조사 결정이 나기도 했다.

일부 조사관들은 자기들 입맛대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내부 전산망의 자유게시판에서 위원회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위원장 등 위원회 구성이 바뀌면서 우파 성향 위원과 조사관들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진실화해위의 한 위원은 “전쟁납북자위 조사관의 절반이 넘는 진실화해위 출신 조사관 4명 모두가 직협 출신인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가 해체된 후에도 별도 보고서를 만들겠다는 직협은 “사건 다수가 충분한 심의 없이 불능·각하 처리됐다. 위원장은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했고 종합보고서는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좌파 매체를 통해 수차례 비판한 이영조 위원장은 한나라당 추천인사이다.

전쟁납북자위에 채용된 진실화해위 출신 조사관 4명 중 3명은 직협 정회원, 1명은 후원회원 출신이다. 이들과 별도로 채용된 조사전문관에도 직협 수석부대표 출신 한 명이 뽑혔다. 수석부대표는 일반기업 노조 부위원장과 비슷하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당시 직협 소속 조사관 중 일부는 상습지각, 음주 후 시간 외 근무 기록 등 불법적·비도덕적 행태를 일삼았다”고 했다. “전쟁납북자위에 채용된 5명 중 2~3명은 공무원 신분을 망각하고 위원회에 반하는 활동을 직접 주도하거나 동조한 사람들”이라며 “전쟁납북자위 사무국과 통일부에서 이들에 대한 정확한 검증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진실화해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사무국은 “자료수집 관리 전문관 및 조사원 채용시 공개 경쟁 채용 절차를 거쳐 공정하고 신중하게 선발했다”며 “신원조회 과정에서 채용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과 이전 근무기관 경력조회를 통해 징계처분 등 물의를 야기한 바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쟁납북자위 사무국의 홍보가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사무국은 납북 피해 신고를 알리는 포스터를 전국 시·군·구에 배포하고 일간지 5곳에 광고를 게재했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포스터를 발견하기 어렵고 신문 광고도 납북자 문제와 관련없는 이미지만 크게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헤드라인 문구를 ‘2011년 1월 3일! 6·25전쟁 납북 피해… 정부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門을 엽니다’로 표기해 정책홍보 광고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 한 가족회 회원의 설명이다. 가족회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만든 포스터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무국은 “가족회의 간섭이 심하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기사 전문은 월간조선 3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