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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노란 리본`에서 빠트린 사연들
이름: 관리자
2005-11-08 06:14:00  |  조회: 7171
[중앙 시평] `노란 리본`에서 빠트린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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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연재] 중앙시평



지난번 이 난을 통해 "납북자를 위해 노란 리본을 매달자"고 제안했었다. 일부 기독교단체에서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알려왔고, "자유로를 노랗게 물들이자""가슴과 자동차에도 달자"는 등 구체적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감사 드린다.

그 글에선 전후 납북자 484명과 국군포로 546명 등 모두 1030명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을 빠트렸다. 중앙일보 출신의 한 선배가 "왜 전쟁 중 납북된 사람들은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유감을 표시했다. 처음엔 `전쟁 와중의 피해를 사회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 가족들의 피맺힌 증언을 접하곤 중대한 실책임을 깨달았다. 이들의 생이별 상처는 55년의 세월에도 전혀 아물지 않았다. 강제로 끌고 간 북쪽에 대한 원한에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남쪽에 대한 원망까지 쌓여 가슴의 응어리는 더 커지고 깊어졌다. 생사라도 알고 싶고, 유해라도 모시고 싶다는 가족들에게 전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나의 실책을 지적해 준 회사 선배도 납북자 가족이다.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씨의 일장기 말소 사건 주역 중 한 명인 이길용 당시 동아일보 체육담당 기자가 그의 부친이다. 이길용 기자는 그 사건으로 구속되고 신문사에서 쫓겨나는 고초를 겪었다. 해방 직후 복직한 뒤 6.25 무렵에는 대한체육회 상무이사로 `대한체육사`를 집필하고 있었다. 그는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인 7월 17일 서울 성북동 집 근처에서 내무서원에게 연행된 뒤 지금껏 귀가하지 않고 있다. 당시 51세. 살아 있다면 106세다. 평양까지 강제로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황신덕(작고)씨로부터 "북쪽에 당도해 보니 함께 피랍된 이길용씨가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게 마지막 소식이다.

그때 열 살 소년 태영은 지금 65세로 `자기보다 젊은 아버지`의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피랍 이유조차 몰라 답답했어. 아마도 돌아가셨겠지. 유해 송환이 이뤄져 제사를 모시고 싶은 게 남은 소원이야. 이젠 증오도 사라졌어." 그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체육기자로 명성을 날렸다.

이태영씨의 부친처럼 한국전쟁 중 강제 납북된 인사는 수만 명. 그러나 현 정부는 납북자 수가 정확히 몇 명인지, 북에 가선 어떻게 됐는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아` 가족들은 속이 터진다. 가족들이 도서관과 고서점을 뒤져 몇 가지 자료를 찾아냈다. 52년 10월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6.25 피납치자 명부`엔 피살자와 행방불명된 자를 제외한 `납북자` 8만여 명의 명단이 수록돼 있다. 54년 내무부에서 작성한 `피납치자 명부`에는 1만7940명이 들어 있다. 대한언론인회가 펴낸 책 `돌아오지 못한 언론인들`속엔 납북 언론인 226명의 명단과 연행 과정의 험악한 분위기, 가족들의 애끓는 사연 등이 가득 실려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묻혀 버린 채 우리 사회는 지금 한국전쟁 중 `미군과 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피해 사건들만 `철저히` 다루고 있다. 북한 측이 저지른 숱한 학살.납치 사건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미 확인된 사항"이라는 게 이유란다. 하지만 6.25 중 납북자 문제처럼 조사.정리되지 않은 사건도 수두룩하다.

전쟁 상대자의 잘못엔 너그럽고, 전쟁 상대자로부터 본 피해는 애써 눈감으면서, 아군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춰 목청을 높인다. 이 기막힌 뒤집힘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도 조사해 훼손된 명예를 되찾아 주는 작업은 필요하다. 다만 그만한 정성으로 `적군`에 의한 국민의 피해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돌봐야 하는 국가의 의무이자 도리가 아닐까? 전쟁 중 납북자 문제야말로 `과거사 조사`의 첫 과제로 다루고, 생사 확인.유해 송환에 정부가 앞장서야 마땅하다.

올 가을 단풍이 유난히 곱다. 특히 길거리를 뒤덮은 샛노란 은행잎이 눈부시다. 아하, 그렇구나! 모든 납북자 가족의 염원을 담아 하늘이 노란 리본을 달아 줬구나!

허남진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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