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자씨는 ‘물망초(勿忘草) 어머니’다. 그녀는 저세상으로 떠난 딸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유씨는 인터넷 댓글 전사다. 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무시로 애절한 사연을 댓글로 올린다. 가해자 쪽 가처분신청으로 글이 삭제되면 문패를 바꿔 가며 게릴라전도 벌인다. 물망초1로 시작된 아이디는 어느덧 물망초5에 이르기까지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몇 해의 세월이 흘렀어도 애끓는 모정은 변함이 없다.

벤처 회사 대표 최종엽씨는 수필 ‘물망초 연가’를 펴냈다. 하늘나라 여행을 떠난 딸에 대한 부정을 활자에 담았다. 열네 살 그의 딸은 악성종양으로 4년 넘게 투병을 했다. 딸의 미소가 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는 밤새 자판을 두들겼다. 아버지 최씨는 말한다. “어떤 이는 빨리 잊으라 하지만 사랑은 절대 잊혀지는 게 아니에요.”

물망초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독일 도나우 강(다뉴브 강)의 섬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을 연인에게 꺾어주기 위해 한 청년이 섬까지 헤엄쳐 갔다고 한다. 꽃을 꺾어 돌아오던 그는 그만 세찬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러자 청년은 연인에게 꽃을 던져 주고는 “나를 잊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사라진 애인을 생각하며 평생 그 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가 된 사연이다.

김황식 총리가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 물망초 배지를 달고 나왔다. 내외신기자 브리핑을 하던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왼쪽 옷깃에도 하늘색 물망초꽃이 피어 있었다.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생사 확인과 송환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자는 뜻에서라고 한다. 이 배지는 전시 납북자 가족 모임인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가 지난해부터 제작해 배포한 것이다. 김 장관은 “매일 배지를 보며 납북자·탈북자 문제처럼 풀리기 어려운 인권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는 북에 그리운 이들을 남겨둔 이산가족이 많다. 남녘의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딸들은 북녘의 ‘물망초’를 꿈에도 잊지 못한다. 이들의 가슴엔 오늘도 물망초꽃이 핀다./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