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법조인 문제 논의 필요

[2008-11-03]

6·25사변 중에 납북된 법조인에 대한 논문 한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최근 발간된 저스티스 10월호에 실린 '6·25전쟁 납북과 법조인'이란 논문을 통하여 1950년 6월 25일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약 187명의 법조인이 납북되었다는 사실을 전하였다.

위 글에 따르면 위 기간 중 납북된 판·검사가 96명, 변호사가 101명이라고 한다. 당시 전체 법조인의 수가 650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 29%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이다. 당시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근간을 이루던 고귀한 인적자원들이 자기의 뜻과는 상관없이 납치되어 북으로 이송된 것이다. 우리는 6·25사변이 발발한 지 60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러한 사실이 법조계에 알려졌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남북관계는 여러가지 정치적 변동으로 부침을 거쳐왔다. 남북이산가족들의 상봉의 규모와 횟수도 이에 비례하여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적십자사를 통한 인도적인 견지에서 남북이산가족들의 상봉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서 국군포로의 생사나 송환 등 일부 특수신분의 인사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뿐, 법조계 인사들의 납북문제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제기나 논의가 있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으로 그를 뒷받침할 충분한 연구와 자료가 있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것마저도 부족했던 것이다. 2000년대 이후 햇빛정책을 통하여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었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향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법조계 전체가 납북된 법조인들에 대한 생사여부나 그 가족들의 고통에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할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제성호 교수의 논문을 통하여 기초적인 자료만이라도 갈무리가 된 점은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을 만하다. "모든 일에는 너무 늦은 법이란 없다"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일지언정 이번 기회를 통하여 납북된 법조인들의 생사여부, 북한에서의 행적, 남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실태 등에 대한 자료수집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충실한 연구와 풍부한 자료가 뒷받침될 때만이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북한에 대하여도 납북 법조인들에 대한 생사여부 확인,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